아주 전형적인 이유이지만, 일본의 문화에 대한 호감에서 시작한 것 같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1980년대의 일본 고도 성장기의 문화로,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부터 지금도 ‘시티팝’이라 불리는 일본 특유의 가요에 매료되었다고 해야겠다.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 처음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했을 때 이야기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내가 국민학생(!)이었던 시절, 친척집에서 우연히 잠자리 그림이 그려진 메이커의 ‘형광펜’이라는 신기한 물건을 접하게 되었다. ‘MADE IN JAPAN’이라는 형광펜에 새겨진 글자를 보았고, 그때 일본이라는 나라가 있다는 걸 처음 인지했다. 그때가 1986년 즈음이었는데, 그 이후 서울 올림픽 개회식을 녹화하려고 산 비디오 데크 덕분에 비디오 대여점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빌려다 보며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져들었다. 마크로스, 철인 28호, 킹 라이온 등을 정주행 한 것도 이 때다. 그러다 1989년 내가 중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지옥의 외인부대라는 애니메이션을 공중파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그림의 섬세함과 어른의 세계를 다룬 내용에 매료되어 이 일본 애니메이션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그 후, 느린 인터넷 속도에도 불구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구해 보기 시작했고, 일본 문화에 본격적인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2000년 군 제대 후 알바 급여를 털어 첫 해외 배낭여행을 하기로 결심했고, 목적지는 도쿄로 정했다.
당시 나는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했는데, 고등학교 때 일본어를 제 2 외국어로 배웠지만, 1년간 4번의 시험 총점이 100점이었을 정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 연유로, 일본 여행 때 일본어를 못 하는 것에 대한 대비책으로 500페이지가 넘는 가이드 북을 통째로 외우기로 했다. (여담이지만 나로서는 나름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이때 일본의 관광지, 지명, 기본적인 역사적 배경 등을 주입식 교육으로 습득하게 되었다. 그게 바탕이 돼서 여행을 다녀온 후, 일본 전문 여행사에 취업 제의를 받고 대학 4학년 여름에 여행사의 웹 마스터로 입사하게 되었다. 여행사를 다니는 4년 동안 현장 답사 같은 일을 해왔지만 그때까지도 내가 일본어로 유창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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